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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 : Sam sa ra

작품을 완성하는 동안 작가는 수행자를 닮는다.

날마다 같은 기도를 하듯 작가는 붓질을 한다.

작가의 등 뒤로 사람들 저마다의 일상도 반복된다.

작가의 붓질이 그들을 멈춰 세울 때 작품은 비로소 사건이 되고

사건의 목격자는 ‘관객’이 된다.

작가가 바로 그 사건을 완성하는 동안

관객도 자기들만의 서사를 완성한다.

During the completion of the work, the artist has taken after ascetic monks.

Like every day prayers, he puts his brush on the canvas everyday.

People are living their own lives over and over behind the artist’s back.

When his brush stops the people, the work becomes ‘the event’ and the witness becomes ‘the audience’.

While the artist is making the very ‘matter’ happen, audiences make their own epics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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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라이브페인팅 영상 - slow_butnot_slow.JPG

PC로 보시면 세부 디테일 잘 보입니다.

붓으로 행하는

섬세한 수행, 삼사라
 

권 주 희(스튜디오126 디렉터/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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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버스킹이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여는 공연을 의미한다. 최근 다양한 형식의 오디션과 버스킹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각광받으며 꾸준한 인기몰이 중이다. 이러한 ‘인정 시스템’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는 요소는 예술가(지원자) 자신이 자신을 무대 위로 올리고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예술의 영역 중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시각예술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시스템이다.

조기섭 작가는 신진에서 중진작가로 한걸음 다가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기에 스스로 자문하고 고민하며 자신을 시험대(무대)에 올려놓았다. 뮤지션이 선율을 매개로 관람자와 공감하듯 그는 ‘Live painting'을 통해 농밀하게 소통하며 반응을 살피고자 하였다. 음악가가 연주를 하면 그 장소가 무대가 되듯이, 작가는 자신이 붓을 들고 작품을 마주한 공간이 소통의 장소가 되길 바라고, 행인이 멈춰선 그 곳이 갤러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작가가 작업실을 공개하는 것은 대부분 오픈스튜디오라는 공식적인 행사로 이루어지는데 조기섭은 작품의 제작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공간을 완전히 오픈했다. 오픈 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는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크리스틴 스틸스에 의하면, 퍼포먼스는 전통 예술과 다르게 시간, 공간, 장소에서 구현하며 인간의 경험과 지각, 그리고 재현의 상호 연결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즉, 퍼포먼스는 예술가가 있는 것(being)과 하는 것(doing)의 과정에 스스로를 현전하고 재현하며, 이러한 행동은 대중을 목격자(witness)로 이행시키는 문화적 컨텍스트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매개자로서, 시각예술 영역을 퍼포먼스와 연결시키고 회화 표면 앞에, 그 위에, 그것이 존재하는 공간에 예술의 시각적 경계와 문화적 논리를 녹여냈다.

한편, 작가는 유투브를 통해 라이브 페인팅을 꾸준히 공개했는데 이것은 단순한 송출의 개념을 넘어 개인의 삶, 작업 과정,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적인 기록을 의미한다. 즉, ‘Live painting’을 통한 ‘Live exhibition(살아있는 전시)'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전시 기간 동안에도 관객과 교감을 통한 기록은 계속된다.

자신을 단련시키는 행위는 작품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겹겹이 쌓아 올리고 갈아내는 반복에 의해 층이 생기고 깊이가 더해진다. 그리하여 물러나거나 도드라지는 형상은 수행자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표면의 두께는 침식되었지만 그 흔적은 남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쌓고 깎이는 과정에서 생(生)의 겹이 풍부해진다. 또한 비워냄으로써 영원히 소멸하는 것이 아닌, 그 자리를 더 영험한 것으로 채우는 수행의 결과이다. 이번 작업들은 자연물과 대상에 내포된 무형의 공간을 화면에 표현하는 기존의 회화 작업과 결을 함께하지만 색채가 주는 강렬함은 물러났다. 하지만 더 정교하고 내밀하며 섬세하다. 다양한 층위 안에서 은분 특유의 반짝임은 빛의 반사와 조도, 관객의 동선에 의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작가는 작품 속 대상이 화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걸린 주변 환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동시대의 예술가들은 경계가 무의미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나아가 예술 안팎의 장르 구분을 막론하고 넘나든다. 새로운 발명과 탄생은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해왔고 작은 시도와 도전들이 발현된 결과이다. 다각적이고 실험적인 이번 프로젝트는 시각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무는 시도이며, 그 안에 담긴 세계를 재정립하는 작가의 새롭고 도전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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